한국어판 서문
두려우면 마음이 좁아진다. 지금 우리 모두가 살아가는 세계적 유행병 코로 나바이러스의 시대에는 두려움을 품을 만한 이유가 너무도 많다. 우리 자신 과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명, 우리 정치 체계와 그 정치 체계를 지속 하게 해주는 경제, 이미 잃어버렸고 다시 찾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만 같은 계획과 희망과 기쁨 모두가 그 이유다. 두려움의 시대에는 국경 너머를 생각하며 우리 모두가 공동의 문제를 겪고 있는 단일한 세계의 시 민이라는 것을 생각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어느 면에서 우리는 타국을 매우 예민하게 의식한다. 고국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곳에서 들어온 바이러스가 일으킨 끔찍한 재난에 관한 이야기가 매일 들려오니 말이다. 하지만 다른 면에서 보면, 우리는 서로와 그 어느 때보다도 멀리 떨어져 있다. 불안 때문 에 우리가 서로를 동일한 계획에 참여하는 동반자보다는 경쟁자로 느끼기 때문이다.
두려움은 분노와 비난을 일으키기도 한다. 우리의 취약성을 비난으로 바 꾸고 우리 자신의 약점을 이유로 다른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면, 가끔은 불확실성을 안고 살아가기가 좀더 수월해지기에 그렇다. 그러므로 미국 내 에서 일어나는 중국에 대한 지속적인 비난은 분파주의적인 정치적 이유로 일어나는 것이기도 하지만, 부분적으로는 심한 무력감에서 벗어나고자 표 적을 만들어야만 하는 근원적인 인간적 욕구를 충족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 런 희생양 만들기는 불행히도 아시아인의 외모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 대 한 편견과 차별 행동으로 이어졌다. 설령 그 사람이 중국 출신이 아니고 (미국인들은 이런 차이를 너무도 인지하지 못한다!) 여러 해 동안 사실상 미국에서 살아온 경우에도 말이다.
이처럼 도덕적으로 위험한 시대에, 모든 인간은 평등한 존엄성과 가치를 가지고 있으며 출생이나 국적 같은 우연이 공동의 책임을 저해해서는 안된 다고 주장했던 사상의 고귀한 전통에 대해 숙고해보면 다시 용기가 날지 모 르겠다. 내가 이 책에서 탐구하는 철학적 전통은 이런 생각을 '세계시민주 의cosmopolitanism 라고 부른다. 세계시민주의란 세계 공동의 시민권이 존 재한다는 뜻이다. 이에 따르면, 사는 곳이 어디든 우리 모두는 전 세계라는 단위에 속한 시민인 코스모폴리테스kosmopolies이기도 하며,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민권이다. 이 전통의 주창자 중 키케로와 그로티우스 등은 가까운 것과 먼 것 사이의 균형에 대해 좀더 미묘한 관점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이 들은 세계시민으로서의 자격이야말로 우리의 첫째가는 충성심과 신의를 받아 마땅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리스와 로마의 스토아주의 철학자들로부터 시작하여 현대의 국 제 인권운동에 이르기까지 이 철학적 전통을 추적한다. 이 전통은 고귀한 것으로서, 우리에게 이기주의와 파벌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한층 높은 차 원의 애착과 원칙의 세계에 참여하라고 요청한다. 그러나 이 전통에는 심각 한 결함도 존재하며, 나는 그 결함을 강조해 전달한다. 세계시민주의 전통 은 '정의의 의무'에만 초점을 맞추고 물질적 원조의 의무라는 동일하게 중요한 의무는 간과하는 방식으로 물질적 불평등에는 충분한 중요성을 부여 하지 않는다.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국제사회가 취해야 할 제도적 형태에 대 해서 거의 논의하지 않으며, 단일한 세계정부보다는 협력하는 공화주의적 민족국가로 이루어진 세계를 선호해야 할 이유에 관해서도 점진적인 의견 만을 개진할 뿐이다(다만 나는 이런 이유가 대단히 타당한 이유라고 생각한다).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이민이나 시민권의 조건에 대해서도 충분히 이야기 하지 않는다. 또한 모든 종교에 회의적이기 때문에, 공동의 세계시민권이라 는 이념과 정치적 원칙의 형태를 여러 방면에서 조형하고 제약하는 종교적 다원주의를 충분히 존중하지 않는다. 인도주의적 합리주의의 한 가지 형태 로서, 세계시민주의 전통은 인지적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 대한 존중을 보이 지 않으며 이들을 포용하지 못한다.
아마 세계시민주의의 가장 심각한 잘못은 다른 종과 자연 환경에 대해 우 리가 지고 있는 도덕적•정치적 의무를 숙고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을 것이 다. 스토아주의자들은 인간이 아닌 다른 동물을 "짐승 이라 부르며 그들에 대한 경멸을 드러냈다. 그들이 살았던 시대의 제약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 리스와 로마의 다른 학파들은 비인간 동물과 환경이라는 하나의 총체에 대 해 큰 관심을 기울였으니 말이다. 스토아주의자들의 실패는 대체로 그들의 합리주의, 그리고 다른 지각 있는 생명체들의 지능에 대한 호기심 부족 때 문이었다. 오늘날 우리는 인간과 인간의 생명으로 이루어진 세계 전체에 대해 폭넓게, 포용적으로 사고하라는 세계시민주의 전통의 요청에 귀기울여 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이 지구를 다른 감정이 있는 존재들, 살아가 며 번영할 자격이 있는 그런 존재들과 공유한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결 론에서 나는 내 버전의 '역량 접근'이 '세계시민주의 전통'에서 존경받아 마 땅한 요소들을 계승하는 동시에 이 전통을 넘어서는 방식을 보인다. 그 방 법은 지배당하고 있으며 목소리를 내지도 못하는 우리 세계의 구성원들에 게 우주적 도시의 문을 열어주는 것이다.
제1장세계의 시민들
1.코스모스의 시민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견유학파의 대표자인 ‘거리의 철학자’ 디오게네스에서 이야기를 시작한다. 디오게네스는 출신지가 어디냐는 질문을 받고 ‘코스모폴리테스’ 곧 세계시민이라고 한마디로 답했다. 누스바움은 바로 여기서 세계시민주의의 서막이 열렸다고 말한다. 디오게네스는 그리스 남성이면서도 자신의 혈통이나 유래를 밝히지 않았다. 그러면서 “자신을 세계의 시민이라고 지칭함으로써 사람들을 서로 구분하는 출신지, 지위, 계급, 성별 같은 특징보다는 공통된 인간성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 혹은 그런 정치에 대한 도덕적 접근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제2장 정의의 의무, 물질적 원조의 의무: 키케로의 문제적 유산
1.
정치인의 바이블
2.
정의의 의무
3.
물질적 원조의 의무
4.
선에 대한 숨어 있는 시작
5.
이런 구분은 유효할까?
6.
남은 것은 무엇인가?
제3장 인간 존엄성의 가치: 스토아주의적 세계시민주의의 두 가지 긴장관계
1.
세계시민
2.
키니코스학파의 시작
3.
스토아주의적 독립성
4.
우연한 피해에 대한 세계시민주의자들의 견해
5.
스토아주의적 입장의 수정
6.
배타주의적 정념
제4장 그로티우스:국제사회, 그리고 도덕률의 지배를 받는 개인들
1.
세계시민주의의 전통을 근대 세계로 가져오다
2.
국가, 다원주의, 자율성
3.
자연법과 주권 국가들의 세계
4.
전시 국제법: 만민법과 자연법
5.
국민으로서의 개인: 인도주의적 간섭
6.
물질적 원조의 의무?
7.
국제사회에 관한 이념
•
초국가적 집단들은 다원적이고 탈 중앙집권적이며 대체로 강압보다는 설득에 초점을 맞춰어야 할 가능성이 커보인다. 173쪽.
제5장 불구와 기형:애덤 스미스, 인간적 역량의 물질적 토대에 관하여
1.
스토아주의적 전통과 물질적 필요
2.
교환의 존엄성
3.
인간 능력의 물질적 토대
4.
초국가적 정치의 대략적 구상
5.
『도덕감정론」의 스토아주의: 정의와 선행
6.
『도덕감정론」의 스토아주의: 외적인 것과 자제력
7.
마초적 스토아주의와 인간 존엄성
제6장 세계시민주의 전통과 오늘날의 세계:다섯 가지 문제들
1.
오늘날의 우주적 도시
2.
첫 번째 문제: 도덕심리학
3.
두 번째 문제: 다원주의와 정치적 자유주의
4.
세 번째 문제: 국제인권법의 한계
5.
네 번째 문제: 해외 원조의 비효율성과 도덕적 난점
6.
다섯 번째 문제: 망명과 이민
제7장 세계시민주의에서 역량 접근으로
1.
CA : 동기와 주장
2.
정의와 물질적 원조: 분지는 없다
3.
국가와 국제사회
4.
국내외의 정치적 자유주의
5.
기본에 도전하다: 수많은 존재. 수많은 형태의 존엄성
미주
참고문헌
감사의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존엄성에는 위계가 없다'는 단 한문장으로 기억하고 싶은 책. '세계정부' 단위의 정치를 상상할 때 으레 전제 되지만 이상적이라고 생각하기 쉬운, 호혜와 평등, 상호존중, 유대, 규범, 도덕의 가치를 키케로, 그로티우스 를 언급하며 정의한다. 지금, 왜 국가단위를 넘어서서 세계시민으로서 인간 존엄을 사유해야 하는지 시대담론 과 엮어 논증하는데, 다 읽고 나서도 여전히 학문적인 얘기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한편으론 당위로서
'정의'를 이렇게 체계적으로 상술하는 것이 학자의 역할이라는 생각도 들게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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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다른 인간과 상호작용하지 않고는 번창할 수 없는 생명체다. 평화롭고 호혜적이며 지성에 따라 조직 된 공동의 삶을 살아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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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민주의란 세계 공동의 시민권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사는 곳이 어디든 우리 모두는 전 세계라는 단위 에 속한 시민인 코스모폴리테스이며, 이야말로 가장 중요한 시민권이다(키케로, 그로티우스) *의기주의와 파 벌주의로부터 떨어져 나와 한층 높은 차원의 애착과 원칙의 세계에 참여하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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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간 관계를 지배하는 것은 힘과 사리사욕. 권리는 국가주권의 산물이며, 국경 너머까지 미치지 않는다. 이 것을 권리의 국가근거적 시각이라고 부르자. 153쪽, 그로티우스는 인권이란 전정치적이라고 주장한다. 국가 보다 먼저 존재해왔고 국가가 인정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그 권리 주장을 멈추지 않는 인간의 현실이 인권의 근거이기 때문이다. 15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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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는 인간 자율성의 효율적인 도구이자 사람들의 목소리에 답할 책임이 있는 가장 큰 단위이기에 규범적으 로 중심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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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국에 빈곤과 가난이 널리 퍼져 있다고 해보자. 그 원인이 부국인 A와 B가 잉여자원을 점유하고 있기 때문 이다. 이들은 자연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며, 그로티우스에 따르면 그들이 가진 것 중 상당부분이 사실은 C 국의 고통받는 시민들에게 정당하게 귀속된다. 이 때 C가 A와 B를 침략한다면, 그 전쟁은 A와 B의 부당한 공 격으로부터 촉발된 정의로운 전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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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인권법의 무력함이나 무용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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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이 공적인 삶에 필수적이며, 철학자들에게는 공공선에 복무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다(키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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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한 지역에 태어난다는 것은 어떤 사람의 권리와 기회를 결정짓는 한가지 요소다! 예컨대 타국의 성, 인 종, 종교적 위계를 다룰 때 우리에게 어떤 의무가 발생하는지, 우리의 자원을 특정한 방식으로 사용하도록 요 구하는 유독 긴급한 의무가 있을 수 있는지 물음으로써 다양한 차이나 그와 연관된 불의도 고려해야 한다. 계 크, 종교, 인종, 성별, 성적 지향성의 차이는 모든 국가에 있는 모든 사람의 삶의 기회에 속속들이 영향을 끼친
吐 42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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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엄성은 지위나 신분과 아무 관련이 없으며, 지위나 신분에 대한 대단히 격렬한 거부를 핵심적인 도덕적, 정 치적 가치로서 동반한다. 모든 인간은 중요한 측면에서 서로 평등하며, 인간을 관습적으로 서열화하거나 차등 화하는 방식들은 결과적으로 엉뚱한 고집이자 치명적인 오류다. 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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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지역적 소속이 없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우리 자신이 연속적인 동심원, 자아 주변의 원, 직계 가족, 방계 가족, 이웃과 지역단체, 도시, 나라, 인류라는 전체 원, 세계시민으로서 우리가 띠고 있는 임무는 "그 원 들을 어떻게든 중심으로 끌어당겨" 모든 인간을 우리의 동료 국민, 시민, 기타 등등처럼 만드는 것이다. 103
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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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죽을 것이므로, 우리에게만 특정적인 모든 것이 결국은 지워지리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가족, 도 식, 성별, 아이들, 그 모든 것이 잊힐 것이다. 그러므로 사실 그런 애착을 포기하는 것은 별 대단한 일도 아니 다. 남아 있는 것은 진실, 정의, 세상의 도덕적인 질서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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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좋든 싫든 한 지역 혹은 국가에 속한 개인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며 세계의 인류, 더 나아가 인류 를 둘러싼 자연계까지 포괄하는 더 큰 세계에 단단히 얽혀 그 세계의 일부를 이루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인 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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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이 있는 존재들은 모두 잘살기 위해 애쓰고, 이런 모든 형태의 노력은 경이감, 존경심, 경외감을 불러일 으킨다. 인간은 다른 동물들보다 몇가지 면에서 낫지만, 모든 면에서 나은 건 확실히 아니다. 수많은 동물들이 인간보다 힘이 세고 빠르다. 시각, 청각, 후각이 뛰어나다. 월등한 공간지각력을 가진 동물도 있다. 인간이 다 른 생명체들에게는 없는 몇가지 유형의 도덕적 평가를 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다른 종이 따 라올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잘못을 저지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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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라는 이념은, 세계전체로 확장된다는 점에서 수평적인 것만이 아니라 심해 저 깊은 곳과 하늘 저 높은 곳 까지 벌어나가고 수 많은 다양한 동물들을 포괄한다는 점에서 수직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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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와 국제규약은 본질적으로 세계를 설득하려는 규범적 선언이다. 국제법과 국제규약은 형성되어가는 합의를 표현할 수 있다. 그러고 나면 각국의 시위자들이 국내의 정부에 압력을 가할 때 이들을 활용할 수 있 다. 국제규범 문서들은 설득력있는 규범의 원천으로 머물며 헌법 제정, 입법, 사법적 해석 등을 포함한 국내 정책을 통해 강제되는 편이 더 적절하다. 이 문서로부터 추가적인 추동력을 부여받고, 이런 문서로 이어진, 국 제공동체의 주장과 설득력 있는 분위기에 영향을 받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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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인간의 약점과 한계에 대해, 정의를 그토록 달성하기 어렵게 만드는 인간 삶의 여러 힘들에 대해 현실 적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공포, 혐오, 분노, 시기 등을 설명해야만 한다. 우라에게는 집단적 배 타성과 집단의 예속, 여성혐오와 인종 차별주의, 수많은 다른 형태의 낙인과 선입견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근본 악이란 문화 이전에 우리의 본성에 고질적으로 들어 있는 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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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국가는 보통 우리가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큰 단위로서 대부분의 경우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의 고향이다. 우리는 자신이 속한 국가에 자긍심을 느끼고, 우호적인 방식으로 우리나라와 다른나라를 비 교하는 성향이 생긴다. 자기것에 대한 과대평가는 종종 '불의'하다. 그는 곧이 논점을 확장하여 애국주의가 다른 국가들에 대한 악의적인 명예훼손으로 방향을 틀곤 한다고 말한다. 211쪽.
*우리는 상호의존적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휘발유는 공동의 대기에 영향을 끼치고, 출산에 관한 우리의 결정 은 세계인구에 영향을 끼친다. 소비자로서 내가 내리는 무수한 선택은 희귀한 천연자원을 통해 부를 얻고 세 계적인 이점을 활용해 자국민을 폭압하는 독재자들을 돕게 한다. 이처럼 지속적이고 복합적이며 종종 숨겨져 있는 인과적 상호작용의 세계에는 도덕적으로 안전한 입장이란 없다. 기업과 그 하위 부분들의 다양성과 복잡 성을 고려할 때 인간은 자신이 연루한 관계를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아무리 열심히 노 력해도 이런 도덕적 연결로부터 깨끗이 떨어져나갈 수 없다.
이 책은 이렇게 디오게네스에서 시작해 로마 공화정 말기의 정치가·철학자 키케로의 <의무론>을 논의의 토대로 삼아 세계시민주의의 이념적 초석을 살핀다. 이어 스토아학파가 주창한 세계시민주의의 명과 암을 대조한 뒤, 근대 초기의 국제법 학자 후고 그로티우스의 생각을 검토한다. 그로티우스는 국가 간에는 어떤 도덕적 관계도 없다는 홉스의 주장에 반대하고, “국제관계가 인간성 존중이라는 도덕적 규범에 토대를 두고 있어야 한다는 키케로-스토아학파의 이념”을 지지했다. 마지막으로 누스바움은 근대 경제학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의 사상을 살핀다. 스미스는 ‘제약 없는 자유로운 시장의 옹호자’로 오해돼 왔지만, “물질적 재분배에 대한 국가적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가장 쓸모 있는 기여를 한 사람”이었다.
이 책은 이런 학자와 학파를 거쳐 세계시민주의가 보편적 이상으로 발전했지만, 그 이상에는 결함도 있음을 강조한다. 세계시민주의는 인류의 물질적 불평등 문제에 충분한 중요성을 부여하지 않는다. 또 이민이나 시민권의 조건에 대해서도 깊이 이야기하지 않으며 종교적 다원주의를 충분히 존중하지도 않는다. 나아가 누스바움은 세계시민주의가 ‘이성적 인간’만을 일차적 대상으로 삼음으로써 생태 위기에 봉착한 자연 동물이나 인지장애가 있는 인간들을 배려하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특히 주목해야 할 결함이라고 지적한다.